상상연필 공식 블로그
만든 일을 짧게 기록합니다
브랜드 영상, 교육 영상, AI/LMS 콘텐츠를 현장에서 어떻게 설계하고 완성하는지 상상연필이 직접 남기는 작업일지입니다.
"천천히 서둘러라. (Festina lente)"
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가 즐겨 썼다는 말
처음 매뉴얼 영상을 만들던 때가 생각납니다.
1분도 안 되는 장면 하나에 하루를 썼습니다. 화면에 나오는 숫자 하나, 버튼 이름 하나를 원문과 대조하고, 현장 담당자에게 다시 묻고, 또 고쳤습니다. 그때는 솔직히 이 일이 너무 느리다고 생각했습니다. 남들은 하루에 몇 편씩 뽑는다는데, 나는 왜 이렇게 더딜까.
매뉴얼 영상이 300편을 넘기고 나서야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. 그 느린 확인들이 쌓여서, 지금의 속도가 되었다는 것입니다.

빨리 하려고 하면, 결국 느려진다
틀린 장면은 언젠가 다시 만들어야 합니다. 안전 수칙 하나가 틀린 교육영상은 아무리 예뻐도 쓸 수 없습니다. 급하게 넘긴 한 줄이 나중에 하루를 잡아먹습니다.
그래서 가장 빠른 길은 생각보다 단순했습니다. 처음부터 맞게 만드는 것. 다시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 제일 빠른 일입니다.
반복은 습관이 되고, 습관은 틀이 된다
같은 실수를 두 번 하지 않으려고 적어 둔 메모가 있었습니다. 그 메모가 체크리스트가 되었고, 체크리스트는 장면을 짜는 틀이 되었습니다.
이제는 A4 몇 장짜리 문서를 받으면, 어디에 표가 들어가고 어디서 숫자를 크게 보여줘야 하는지가 먼저 보입니다. 재능이 늘었다기보다, 같은 질문을 수백 번 던져 본 덕분입니다. "이 장면을 보는 사람은 무엇부터 알아야 하지?"
도구는 빨라져도, 기준은 사람이 정한다
요즘은 도구가 정말 좋아졌습니다. 예전엔 며칠 걸리던 일이 몇 시간으로 줄어들기도 합니다. 그런데 도구가 빨라질수록 오히려 더 분명해지는 게 있습니다. 무엇이 맞고 무엇이 틀렸는지는, 여전히 사람이 정한다는 것.
빠른 도구를 손에 쥔 사람에게 필요한 건 더 빠른 손이 아니라, 흔들리지 않는 기준입니다. 그 기준은 결국 느리게 확인해 본 시간에서만 생깁니다.
지금 느리다고 느끼는 당신에게
혹시 지금 하는 일이 남들보다 느리다고 느껴진다면, 너무 조급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. 하나하나 확인하고, 다시 묻고, 고치는 그 시간은 버려지는 시간이 아닙니다. 나중의 속도를 미리 쌓아 두는 시간입니다.
천천히, 그러나 멈추지 않고. 오늘도 한 장면씩.
상상연필은 대구에서 교육영상·매뉴얼영상, 미디어아트를 만드는 스튜디오입니다. 작업 이야기는 visionpencil.co.kr에서 볼 수 있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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